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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행서비스, 오마카세 비즈니스란?
    카테고리 없음 2021. 12. 28. 10:05

    여러분은 식사 모임에서 요리를 선택할 때 주도적이신가요? 아니면 남이 정해주는 걸 따르는 편인가요. 때론 요리사나 식당 종업원에게 추천받기도 할 겁니다. 왜 그럴까요? 내가 먹는 걸 남이 결정하게 하는 이유는 뭘까요?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았습니다. 단연코 가장 많았던 대답은, ‘남이 그 식당의 요리를 더 잘 알기 때문’이었습니다. 그 외에도 ‘귀찮아서’, ‘안 먹어본, 생각 못한 요리를 먹어볼 수 있어서’도 많았고요. 그 외에 기억에 남는 답도 있었는데 바로 ‘노안이 와서.’였습니다. 어두침침한 불빛에서 메뉴 보기가 쉽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여러분도 추천을 받아 요리를 선택한 적 있으시죠? 여러분은 어떤 이유에서인가요? 대체 어떤 이유에서, 누군가 여러분의 선택을 대신 해주기를 바라나요? 그 이유를 곱씹어 보면 새로운 비즈니스 룰이 보입니다. 오늘은 이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1. 관련 개념과 사례>

    혹시 <리더스 다이제스트Reader's Digest> 아세요? <리더스 다이제스트>는 월간지로서, 이름 그대로 독자들의 요약, 독자들을 위한 요약입니다. 2009년에 중단되었지만, 한때는 2,300만 발행부수를 자랑하며 전 세계 40개국 1억 명의 독자를 확보했던 역사상 최고의 인기 잡지였죠. 그런데 이 잡지에 실린 글은 이미 다른 곳에 실린 글입니다. 주머니에 쏙 들어가는 사이즈에 정치와 사회, 교육과 문화, 여가와 스포츠, 역사와 인물 등 폭넓은 주제에 대해 재미있고 감동적인 글을 알아서 고르고, 알아서 요약해주니, 어디서나 읽을거리와 얘깃거리가 필요한 현대인에게는 안성맞춤이었던 거지요. 창시자 드윗 월리스는 ‘모든 것은 요약이 가능하다.’는 신념을 가졌고, 심지어 그의 묘비명도 ‘마지막 요약’이라고 하니 더 말할 필요가 없겠죠. 진정한 큐레이션 서비스의 원조입니다.

    오늘날은 빅데이터, 멀티 콘텐츠의 시대입니다. 엄청나게 많은 정보, 엄청나게 많은 선택지가 우리 앞에 펼쳐지면서 큐레이션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 되고 있습니다. 우리보다 더 잘 아는 큐레이터가 정보도 골라주고, 요리도 선택해주길 원하는 건 당연한 흐름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더 바라기 시작했습니다. 단순히 나보다 전문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남에게 의지하는 것이 아니라는 거죠. 음식을 추천받는 이유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기억하죠? 귀찮기도 하고, 뭔가 새로운 서프라이즈를 기대하기도 한다는 거 말이에요.

    기프트팩Giftpack은 뉴욕에서 출발한 스타트업입니다. 창립자는 여자친구의 선물 고르기가, 귀찮은 정도가 아니라 너무 힘들어서, 아예 친구들과 의기투합하기에 이릅니다. AI와 빅데이터 기술을 이용하여 상대가 좋아할 만한 선물을 골라 배송까지 해주는 서비스를 론칭 한 거죠. 이제는 구글, 넷플릭스, 페이스북 등 굴지의 기업들까지 직원들에게 줄 선물용으로 기프트팩을 이용한다고 하는데요. 선물 받은 직원이 팀원들 앞에서 ‘깜짝 선물’을 두근두근 개봉하며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고 하니, 어떻습니까. 이 정도면 큐레이션이라고 하기에는 이미 범위를 한참 넘은 거 아닌가요?

     

    <2. 스낵포>

    우리나라에도 이렇듯 큐레이션의 단계를 넘어선 스타트업이 있습니다. 스낵포! 회사의 간식을 대행하여 정기적으로 제공해주는 서비스입니다. 스낵포Snackfor의 이웅희 대표는 대학 졸업 후 회사의 막내로 직원들의 간식을 준비하던 때를 회상합니다. “예산은 정해져 있고, 입맛은 다다르고, 이 어렵고 귀찮은 일을 누가 대신해주면 얼마나 좋을까. 다른 회사 담당직원도 나랑 같은 생각이지 않을까?” 바로 이 질문이 창업으로 이어졌다고 하죠.

    비록 홈페이지에는 ‘간식 큐레이션 서비스’라 적혀 있지만, 전통적인 큐레이션의 의미와 범주를 훨씬 상회합니다. 일단 데이터 분석을 통해 회사와 직원의 취향에 맞게 간식을 제공한다니 전문성이 있어, 나보다 간식에 대해 더 잘 안다고 봐야겠지요. 그러나 더 중요한 건, 귀찮은 일을 대신 해줬다는 겁니다. 간식은 간식일 뿐이죠. 있으면 좋고 없어도 버틸 만 합니다.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지만, 누구도 나서지 않는 귀찮은 일입니다. 그 귀찮은 일을 찾아 대신해준 것이 대단한 것이죠.

    스낵포 고객의 97%는 서비스를 지속해서 이용 중이라 하는데요. 중독률 62%의 도박, 중독률 90%의 흡연 보다 중독률 높은 서비스라 자랑하지만, 그 중독의 원인은 역으로 아무도 그 일을 하고 싶지 않아서이겠지요. ‘스낵포는 정말 인생이 편해지는 길’이라는 한 고객의 후기를 봐도 그렇습니다.

     

    아, 50대 직원의 최애템은 새우깡, 20대 직원은 에너지바라고 합니다. 그렇지만 이렇지 않을까요? 종합선물세트 같은 간식 진열대를 봅니다. 50대 직원도 새로 들어온 에너지바를 먹어봅니다. 20대도 쌀 새우깡, 깐풍 새우깡, 매운 새우깡 먹어보지 않을까요? 몰랐던 새로운 맛에 도전해보지 않을까요? 스낵포가 확보한 10,700개 이상의 상품 라인업으로 ‘깜짝 간식’의 기쁨을 만끽하지는 않을까요?

     

    오마카세는 ‘맡기다’의 뜻이랍니다. 스시가게에서 요리사가 재량껏 알아서 요리를 내어주는 서비스인데, 이제는 다양한 외식문화에서도 통용되는 개념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전문가인 요리사에게 맡긴 것이고, 노안의 눈으로 더듬더듬 메뉴판 보며 고민할 귀찮은 일도 맡긴 것이며, 한 번씩 먹어보지 못한 경험의 기회도 맡긴 것입니다. 박물관 태생의 큐레이션에서 진화한 오마카세식 큐레이션이지요. 어떠세요? 꼭 전문적인 일이 아니더라도, 귀찮은 일, 때론 서프라이즈하고픈 일 없을까요? 점점 많아지지 않을까요? 누군가에 맡겨서 인생이 편해지는 일 말입니다. 아니면 정반대로 그런 비즈니스 어떠세요? 오마카세 비즈니스 말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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