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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약의 간염 간질환 치료 효과
    카테고리 없음 2022. 1. 1. 22:30

    한약 이 간에 나쁘다는 말을 들어보신 적 있을 겁니다. 그래서 한약 복용에 거부감을 가진 분들도 적지 않죠. 하지만 불과  100 년 전까지만 해도 한약은  간질환 치료에 널리 쓰였습니다. 조선 왕들 역시 간에 질환이 생기면 한약으로 치료했고, 효과도 톡톡히 봤습니다. 대표적인 인물이 조선 제19대 임금인 숙종, 이순입니다.

     

    숙종 은 어린 시절부터 간염을 앓았습니다. 열다섯 살 되던 숙종 2년 9월 초, 숙종은 머리와 목이 아프다고 호소합니다. 처음 의관들은 감기로 진단합니다. 그래서 감기 치료제인 ‘형방 패독산’이란 걸 처방했죠. 하지만 두통과 인후통이 가시지 않자, 또 다른 감기치료제 ‘소시호탕’에 맥문동 같은 여러 약재를 더한 새로운 처방을 올립니다. 다행히 두통과 인후통이 조금 약해졌는데, 이번에는 입맛이 떨어지고 오한과 오심 증상이 생깁니다. 오심은 가슴이 답답한 증상인데, 이게 9월 17일입니다. 의관들은 오심 증상을 없애고 밥맛을 당기게 하기 위해 또 다른 처방을 올리지만, 여전히 숙종의 증상은 호전되지 않았죠. 그런데  9 월  25 일 , 갑자기 얼굴과 눈에 누런색이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의관들은 그제야  ‘황달성 간염 ’이라고 진단하고 처방을 급선회하죠. 황달 치료제 ‘시령탕 ’을 처방 하자, 3일 만에 얼굴과 눈에서 누런빛이 가셨고, 오심 증세가 사라지면서 밥맛도 돌아옵니다. 5일이 지나자 황달 기운은 모두 사라졌고 수라와 침수도 일상적인 상태가 되었죠. 한숨 돌린 의관들은 시령탕보다  조금 더 온화한 처방이라고 할 수 있는  ‘백출 제습탕’으로  약을 바꾸었고, 황달 치료 7일째 되는 10월 2일, 숙종은 의관들에게 평상시와 같으니 더 이상 병에 대해 묻지 말라고 지시합니다. 황달성 간염이 완치된 거죠.

     

    숙종의 황달성 간염에 대한 실록의 기록들은 현대의학의 간염 증상 해석과 딱 맞아떨어집니다. 한약 복용 일주일 만에 거의 회복되었다는 건, 한약 의  간염 치료 효과 가 뛰어나다는 증거 이기도 하죠. 안타까운 사실은 숙종이 이렇게 어린 시절에 황달을 앓았으면서도 간 건강을 지속적으로 관리하지 못하고, 결국 간과 관련된 여러 질환을 앓다가 간경화 증세로 생을 마감했다는 점입니다. 숙종은 황달 발병 이후 거의 45년을 더 살았지만, 평생 간 질환 관련 증상을 보였죠.

     

    숙종은 평생 산증과 화증, 눈병을 앓았습니다. ‘산증’이라는 건 아랫배에 병이 생겨 배가 아프고 대소변이 잘 나오지 않는 병입니다. 아랫배가 차갑고 땅기고 아프면서 뭔가가 치밀어 오르는 듯한 고통이 느껴지기도 하죠. 성적 능력도 크게 감퇴합니다. ‘화증’으로 고생할 때에는 혈압과 열기가 위로 치솟아 밤에는 잠도 못 자고, 낮에는 사소한 일에도 노여움을 내는 등 분노 조절 장애에 걸리기도 하죠. 한겨울에도 손에서 부채를 놓을 수 없을 정도가 되기도 합니다.

     

    서양 의학과 달리 한의학에서는 간에 질병이 생기면 간뿐만이 아니라, 간과 연결된 몸 전체에 병증이 생긴다고 봅니다. 화를 잘 내고 흥분을 잘하고 눈이 나빠지며, 아랫배가 긴장되고 굳어지며 통증이 생기죠.  <난경>과 <동의보감> 등에 따르면, 간이 나빠지면 우선 겉으로는, 얼굴빛이 파래지고 성을 잘 내게 되며, 속으로는, 배꼽 왼쪽 부분을 눌러보면 단단하고 약간 아픈 동기가 생기며, 오줌이 찔끔찔끔 떨어지고 대변이 잘 나오지 않게 된다고 합니다. 눈도 간이 허할 때 침침해지고 잘 보이지 않게 되죠. 여러분 중에도 가슴 뜨끔 하는 분 많을 겁니다. 대부분의 워커홀릭들이 간과 관련된 질환을 앓고 계시죠. 숙종도 결국 복수가 차오르는 간경화 말기 증상으로 고생하다가 세상을 떠났는데, 그럼 어떻게 해야 우리의 간을 지켜낼 수 있을까요?

     

    한의학에서 간은 봄과 나무를 상징합니다. 자신보다 수백 배 무거운 흙더미를 뚫고 솟아오르는 새싹의 생명력, 폭발적인 에너지를 가진 기관으로 생각했기 때문이죠. 이 뜨거운 에너지가 표출될 때 자칫 잘못하면 흥분, 분노, 번뇌가 되어버리기 십상입니다. 그래서  한의학에서는 간을 우리 몸의  ‘장군 ’이라고 해석하기도 합니다. 육체적 , 정신적 투쟁을 주도하는 기관이라는 거죠. 하지만 지나친 투쟁은 필연적으로 몸과 마음을 피로하게 만듭니다. 흥분, 분노, 번뇌는 스트레스가 되어 몸을 망가뜨리죠. 한의학에서는, 간에서 나오는 이 뜨거운 에너지를 진정시키고 수렴시켜 음양의 조화를 이루도록 하기 위해 간의 음기를 북돋는 처방을 주로 합니다. 음식으로 간의 건강을 조절할 때에도 허와 실을 나누었습니다. 허할 경우에는 신맛이 나는 음식인 참깨 , 개고기 , 자두 , 부추를 먹어 간을 보하도록  했는데, 우리가 피로할 때 많이 마시는 쌍화탕 같은 드링크제에 신맛이 많이 나는 작약이 들어간 것도 이 때문입니다. 간이 실할 경우에는 몸 곳곳의 근육이 긴장해 여기저기서 쥐가 나는 것처럼 당기는 증세가 나타납니다. 이때는 단맛 나는 음식을 먹는 게 좋습니다. 멥쌀 , 대추 , 쇠고기 , 아욱  등이 좋죠.

     

    숙종 29년, 왕은 자신의 병에 대해 답답함을 호소합니다. “몇 년 전부터 이 병이 이미 뿌리가 생겼는데, 처음에는 약간의 통증을 느낄 뿐이더니 어느새 이 지경이 되었다. 사람이 자고 먹는 것을 제때에 하여야 하는데 나는 그렇지 못했다. 성질이 너그럽고 느슨하지 못하여 일이 있으면 내던져 두지를 못하고 출납하는 문서를 꼭 두세 번씩 훑어보고, 듣고 결단하는 것도 지체함이 없었다. 그러자니 오후에야 비로소 밥을 먹게 되고 밤중에도 잠을 자지 못했다. 그래서 화증이 날로 성하여 이 지경에 이른 것이다. 내가 병의 원인이 있는 곳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숙종의 말은 오늘날 많은 리더들의 한탄과 어쩐지 많이 닮아있습니다. 하지만 여러분, 병의 원인은 멀리 있지 않습니다. 여러분이 이미 그 원인을 키우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너그러움과 느슨함을 가지고 잠시 쉬어 보십시오. 그리고 자신과 주위를 둘러보십시오. 병의 뿌리가 보이게 될 겁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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