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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제국 쇠망의 다채로운 원인들카테고리 없음 2021. 12. 27. 23:10
로마인이 내부의 분열, 타락,
혼돈 속에서 허덕이는 동안,
변경 밖 위협도 고조되었습니다.
하지만 3세기까지만 해도
그리 심각한 상황은 아니었죠.
동쪽의 페르시아와의 전쟁에서는
로마 황제가 포로로 잡히는 불운도 겪었지만,
대체로 호각지세였습니다.
북쪽의 라인-다뉴브 강 너머 게르만 족도
간간히 문명의 매력에 끌려 변경을 넘곤 했습니다만,
아직은 저강도 위협이었습니다.
기번은 1권에서 게르만 족에 대해 해설한 뒤,
이렇게 썼습니다.
"이들은 250년 동안
사치와 굴종에 빠져 있는 로마속주들에
군사적 위협이 아니었다.
무기와 훈련이 부족했고,
종족 내분이 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100년 쯤 뒤, 사정은 판이했습니다.
기번의 말에 의하면,
로마인은 게르만 족의 힘이 얼마나 커졌는지
전혀 깨닫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렇다 해도, 만일 중국에서 쫓겨난 훈 족이
유럽 쪽으로 밀려와,
게르만 족에 충격을 주지 않았다면
변경은 무너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훈 족에 쫓겨 변경 안으로 피난했던 고트 족의 반란이
기폭제 역할을 했습니다.
그들은 로마 황제를 죽인 뒤,
약탈을 일삼으며 제국의 서쪽으로 나아갔고,
뒤따라 침입한 반달 족이
스페인을 거쳐 북 아프리카를 장악했습니다.
그런 와중에 위기대응책으로
제국이 동서로 나뉘었고,
양쪽 황실에서 야만족 출신 장군들의 위세가
날로 커졌습니다.
특히 여러 게르만 부족들이 할 거하던
서부 제국이 더 심했습니다.
그러니, 앞서 말했듯이,
무기력한 어린 황제가
게르만 족 출신 용병대장에 의해 유폐되었다고 해서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사실 그 사건이
서로마 제국 최후가 될 거라고 의식했던 사람도
거의 없었습니다.
비록 1세기 여에 걸친 동란이었습니다만,
정말 게르만 족에 의한 서로마 제국의 쇠망은
부지중에 겪은 재난 같았습니다.
말하자면 이미 썩은 나무를 쓰러뜨린
외부의 일격이었다고 할까요?
기번은 이렇듯 로마제국이 쇠락하게 된 이유를
내부적 요인과 외부적 요인으로 나눠
설득력 있게 제시했는데요,
재밌는 건 『로마제국 쇠망사』 출간 후
20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로마제국 쇠망원인에 대한 토론이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전문가들뿐만 아니라
아마추어들도 계속해서 글을 써내고 있습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무려 200여개에 달하는 원인이 거론되었습니다.
이기심, 탐욕, 배반, 공중목욕탕, 검투경기,
독신주의, 동성애처럼
대수롭지 않거나, 표현의 차이에 불과한 것들이
있는가 하면,
더 거창하고 그럴듯한 것들도 있습니다.
노예제 쇠퇴, 기후변화, 납중독, 인종적 자살,
전체주의, 정통성 위기, 전체주의 등등
정말 다채로운 원인들로
로마제국 쇠망을 분석하고 있지요.
그런데 이들에게 한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시대적 상황 혹은
시대적 관심사가 반영되어 있다는 점입니다.